일상/주저리

2021-03-30 생활비

oaos 2021. 3. 31. 01:22

나는 생활비 관리를 잘 하는 줄 알았다.

 

 

나의 금융 인생(?)의 시작은 9살 즈음이었던 것 같다.

산 중턱에 있는 우리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내려와서 엄마가 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준 기억이 흐릿하게 있다. 지금은 없어진 상업은행이었었나 ... ?

 

 

사실 금융 인생이랄 것도 없는 것이 대부분의 어린이처럼 설날이나 추석, 대명절에 생기는 용돈을 꼬박꼬박 저축하는 것이 전부였었다. 저축해둔 돈은 그저 컴퓨터를 사거나 내가 갖고 싶었던 큰 장난감을 쓰는데 사용하곤 했었는데, 돌이켜보니 내 돈으로 내 것을 사는 것뿐인데 부모님은 돈 관리를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것 같다.

 

 

그래서 나는 돈 관리를 잘 하는 줄 알았다.

 

 

대학생이 되어서도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고, 타국에서 2년 동안 지내면서 굶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하며, 그때까지도 나는 돈 관리를 잘 하는 줄 알았다.

 

 

가만히 돌이켜보면 없어서 돈을 안 쓰는 것과 돈이 있는데 관리를 잘 하는 것은 다르다.

물론 지금 돈이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, 앞으로 살아낼 날은 많고 내가 근로소득을 일으킬 날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항상 떠올려야겠다. 

 

 

돈을 떠올리면 나오는 흙수저, 금수저 논란에 대해서 나는 딱히 할 말이 없다.

구슬이 서 말 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듯, 수저가 흙이던 금이던 수저질을 해야지 뭐라도 떠먹는 게 아닌가 싶다.

불평해봐야 굶주린 배는 나의 것이고 수저가 없으면 손이라도 써야 하지 않겠는가 .. ?

 

 

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고 믿는 편이지만, 하지만 한 가지 공평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.

시간,,, 대통령도 부자도 거지도 나도 하루를 24시간 30분씩 사는 사람은 없다.

 

하루를 마칠 때쯤엔 꼭 아쉬운 시간들이 있다.

예를 들면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봤다거나, 게임을 너무 많이 했다거나, 게임을 너무 많이 했다거나 등등 ...

 

 

한 번에 아쉬운 시간을 0으로 만들 순 없겠지만, 나는 적당한 습관을 통해 조금씩 개선하고자 한다.

그리고 어쩌면 지금 쓰는 글이 첫걸음이 될 수도 있겠다.

 

 

나는 어렸을 때부터 돈을 좋아했었었다. 8살 때 학급 방명록에 좋아하는 것이랍시고 '가족과 돈'을 적었더라 ...

가족이 먼저인 것에 안도하면서도 8살 어린이의 삶에도 이미 돈의 존재가 있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.

 

 

나의 월급 지급일은 31일이다.

 

30일 저녁, 계산을 하려던 중 갖고 있던 2개 카드가 잔액 부족이었던 바람에 의도치 않게 저녁을 얻어먹어 버렸다.

 

 

 

나는 생활비 관리를 잘 하는 줄 알았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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